e데일리뉴스 | [평택=강경숙 기자]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에서 정책은 시작됩니다. 돌아보면 굉장히 바빴던 시간이었어요. 성과도 있었고, 나름 열심히 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종원 평택시의회 운영위원장(진위·서탄·지산·송북·신장1·신장2동)은 초선 의원으로 시의회에 입성한 지 3년 6개월이 지났다. 산업단지와 구도심, 농촌이 뒤섞인 복합 지형의 지역구를 뛰는 한 시의원으로 그의 의정 철학은 단순하다. 그러나 분명하다.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가 정책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그는 민원을 접하면 담당 부서로 바로 넘기지 않는다. 직접 현장을 찾고 먼저 확인한다. 급성장하는 평택의 이면, 그늘 아래 서 있는 시민들을 보지 못하면 정책은 공허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장애인, 노인,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들이 “평택에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도시. 그가 붙들고 있는 의정의 출발점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정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을 쌓아왔다. 조례 발의와 민원 처리 정도로만 알던 시의원의 역할은, 실제 의정 활동을 통해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그는 “시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반영되는지, 또 그 과정에서 시의원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몸으로 배웠다”고 말했다. 민원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도와 조례로 연결해 정책으로 완성하는 일. 그 지점이 ‘의원이 되기 전과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했다.
민원에서 출발한 조례, 제도로 자리 잡다
그의 의정 활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민원-조례-사업’이다. 최근 그가 특히 힘을 쏟고 있는 의제는 ‘경계성 지능인(느린 학습자)’ 문제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서 있지만 어느 제도에도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 민원으로 들어와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이를 공론화하기 위해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 문제가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학교·가정·복지·고용이 연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을 주는 복지가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정책의 그물망을 짜야 합니다.”
지방의회가 해야 할 일은 흩어진 목소리를 모아 행정과 전문가를 한자리에 앉히는 ‘판’을 만드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동시에 예산과 인력의 한계, 교육지원청과의 협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벽도 인정한다. 그래서 그는 토론회 등을 통해 교육 당국의 협조를 요청하며 정책의 속도를 높이려 애쓰고 있다.
“부모님들은 지원이 필요해도 ‘우리 아이는 장애가 아니다’라는 마음 때문에 나서기를 망설이세요. 그런데 제도는 분명히 필요했죠” 조례 제정 이후 관련 사업이 부서별로 연결되면서, 부모 커뮤니티도 점차 활성화됐다. 그는 “조례가 사람들을 드러내고, 정책의 대상으로 만들어 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지원 역시 같은 맥락이다. 농촌 현장의 반복된 민원을 토대로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 설치 조례를 제정했고, 이를 근거로 실제 센터가 문을 열었다. 그는 “경기도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복합화 특수학교’… 기피 시설에서 복지 거점으로
앞으로 힘을 싣고 싶은 분야로 그는 노인·장애인 정책, 평생교육, 체육을 꼽았다. 특히 ‘평택형 복합화 특수학교 설립’은 그의 핵심 과제다.
먼 거리 통학에 지친 장애 학생들을 위해 학교와 수영장·체육관·문화시설을 함께 쓰는 복합 모델을 제안한다. 특수학교가 지역의 기피 시설이 아니라 환영받는 복지 거점이 되도록 구조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평생교육을 ‘혜택’이 아닌 ‘권리’로 본다. 그리고 이 모든 정책을 지탱하는 기반으로 체육을 강조한다. “건강한 육체는 생애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자산”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체육 정책 들여다 보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물에 잠기던 들판, TF로 해결의 물꼬를 트다
지역 현안 해결에서도 그의 ‘끝을 보는 성향’은 드러난다. 서탄면 내천지구는 매년 반복되는 침수로 농민들의 피해가 컸던 곳이다. 그는 관련 부서와 TF를 꾸리고, 국비 확보까지 연결하며 배수 개선 사업을 현실화했다. “작년 말부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어요.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 변화 자체가 가장 큰 성과죠.”
주한미군 주둔으로 인한 주민 피해 지원 조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1950년대 미군 주둔 이후 처음으로 제정된 피해 지원 조례로, 한미 연합 순찰 지원 등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반대보다 중요한 건, 과정의 공정함”
공항, 화장장 등 첨예한 지역 갈등 사안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한 기준을 갖고 있다.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공론화와 소통의 과정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은 첨예한 갈등 사안일수록 공론장을 거쳐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과정을 거치면, 이후 절차는 오히려 빨라집니다.”
평택시종합장사시설(화장장)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의회가 필요성을 인정해 조례에 찬성한 만큼, 지역구라고 해서 입장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의정 책임을 강조했다. 다만 행정 과정에서의 소통 부족에 대해서는 분명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운영위원장으로서의 역할… “앞서기보다, 받쳐주는 자리”
현재 그는 시의회 운영위원장으로서 의회의 살림과 조율을 책임지고 있다. “거의 모든 결제와 조정 과정에 관여하다 보니 일이 많다”고 웃었지만, 스스로를 ‘앞에 나서는 사람’보다는 ‘서포트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의견을 먼저 듣고, 왜 반대하는지 이해하려고 합니다. 조율의 여지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게 제 역할이죠.”
계엄·탄핵 국면 등 정치적 갈등이 격화됐던 시기에는 그 역할이 더욱 무거웠다. 그는 “정당 간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의회운영위원장으로서 그는 의회의 체질 개선도 강조한다. 생성형 AI 활용, 공공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산 검증, 숏폼 콘텐츠를 통한 소통 강화 등 최신 흐름을 의정에 접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초의회는 정당 색보다 의원 개인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그만큼 냉정한 평가도 받아야 합니다” 그가 꿈꾸는 의회는 ‘공부하는 의회’, ‘변화하는 의회’다.
“이종원이 하니까 정말 바뀌더라” 인정 받을 것
그는 자신을 “뛰어난 정치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신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힘들 때 앞으로 나서고, 외로울 때 옆에 있는 사람. 어렵다고 피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이처럼 그가 바라는 기억은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이종원이 하니까 정말 바뀌더라”는 인정은 받고 싶다.
기자가 짖궂게 스스로 자신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잠시 고민하다 이렇게 말한다. “하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마무리하려는 성향은 있는 것 같아요.”
부족한 점으로는 “아직 의정활동을 하기에 깊이 있는 지식이 더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대신 교육을 반복해서 듣고, 예산과 정책을 중앙·경기도 정책과 연결해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의 목표는 분명하다. 조례로 만들어 놓았지만 예산이 따라주지 못한 사업들을 실제 정책으로 완성하는 것, 그리고 중고령 중증 장애인을 위한 외부 공간 확보를 마무리하는 일이다. “일 잘하고, 인성이 바른 시의원. 그 정도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진위에서, 서탄에서, 송북에서, 신장동 골목에서 그렇게 회자되는 이름. 우리 동네의 아픔을 자기 일처럼 붙들고, 끝까지 매달려 결국 답을 찾아내는 ‘일 잘하고 따뜻한 의원’. 이종원.
배드민턴과 축구로 체력을 다지고, 현장과 회의실을 오가는 그의 시간은 여전히 바쁘다. 민원에서 시작된 질문을 정책이라는 답으로 돌려주기 위해, 그의 의정 시계는 오늘도 멈추지 않고 있다. 거창한 구호 대신, 낮은 곳의 목소리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kkse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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