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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성규의 금융경제산책 1] 은행은 충당금을 많이 쌓을수록 좋은 것인가?

대손충당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이 차주의 부실위험을 과소평가해 대손충당금을 덜 쌓아 실적(당기순이익)을 최대로 견인해 주주에 대한 배당금과 직원의 성과급 그리고 희망퇴직자들에게 많은 퇴직금을 지급하여 돈 잔치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일부 언론에서도 향후 경기침체에 대한 부실 확대에 대비해 만사 불여튼튼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국내 4대 은행(신한․우리․하나․KB국민)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대손충당금 규모는 10조 68억 원으로 전년도 동기 대비 18.6% 증가했다.

 

나아가 정책당국은 미래의 부실위험에 대한 대비와 함께 은행의 무분별한 돈 잔치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특 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을 도입하기로 하고 이를 골자로 한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상반기 중으로 추진해 은행들이 대손준비금을 추가 적립하도록 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대손충당금은 쌓을수록 더 좋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로 보이지만 금융기관의 위험관리를 잘못 이해하는데서 오는 착시현상

 

최근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은행이 이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수익이 좋은 시기에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국민을 지원해야하는 것은 얼핏 보기엔 매우 당연한 논리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금융기관의 위험관리(risk management)를 잘못 이해하는 데서 오는 착시현상이다.

 

그러한 착시현상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대손충당금과 금융감독원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른 대손준비금 및 신바젤협약(바젤Ⅱ,Ⅲ)에 의한 자기자본적립금과의 차이점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출발한다.

 

대손충당금은 IFRS에 따라 은행이 여신자산에 대해 예상되는 손실을 스스로 측정하고 충당금을 설정해 회계장부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대손준비금은 IFRS에 의한 대손충당금 설정액이 은행업감독규정에서 제시한 금액보다 적으면 이를 대손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하고 이 금액은 비용이 아닌 이익잉여금으로 회계처리 된다<1>.

 

결국 대손준비금은 대손충당금과는 다르게 이익잉여금 내 별도적립금인 자본으로 회계처리 되어 당기순이익에는 영향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법정 적립금으로서 은행이 주주에 대한 배당가능이익(미처분이익잉여금)에는 영향을 미쳐 배당여력을 감소시킬 수는 있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바젤협약에 의한 자기자본적립금을 이해한다면 굳이 특별대손준비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점이 든다.

 

은행은 신바젤협약에 따라 이미 예상되는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 뿐 아니라 예기치 못한 손실에 대비한 자기자본을 적립하고 있음

 

우리나라를 포함한 60개국 중앙은행이 회원국인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위원회는 금융기관의 경영건전성 확보를 위해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여신자산의 8% 이상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을 유지․적립하도록 자기자본규제협약을 제정하고 감독하고 있다.

 

은행은 자체 신용평가모형 및 내부자료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추정한 차주(고객)의 신용위험(PD: Probability of Default), 부도시 손실율(LGD: Loss Given Default), 부도시 여신잔액(EAD: Expousre at Default), 유효만기(M: effective Maturity)의 네 가지 위험요소와 BIS가 제시한 익스포져(대기업, 중소기업, 영세기업)별로 동시에 부도가 발생할 상관계수(R)를 토대로 위험가중치함수를 만들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여 BIS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하고 있다<2>.

BIS가 이러한 BIS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상 예상되는 손실(EL: Expected Loss)에 대비해 쌓고 있는 대손충당금만으로는 은행의 경영건전성 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경제위기 등에 의해 예상손실을 벗어난 비기대손실(UL: Unesxpected Loss) 까지 자기자본으로 적립하여 대비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금융감독원 은행업감독규정만으로도 은행의 미래 부실위험에 적절하게 대처(금융위험관리)가 가능하므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은 불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위험관리란 단순히 위험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본인 능력에 맞는 적정한 위험을 관리(risk taking)하는 것”

 

끝으로 금융위험관리와 관련해 일반인들 뿐 아니라 간혹 정책담당자들도 잘못 알고 있는 인식과 믿음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위험관리란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런데 금융위험관리 측면에서 위험(risk)이란 단순히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자기 능력에 맞는 적정한 위험을 관리(risk taking)하는 것이 효율적인 위험관리라는 점이다.

 

은행이 8% 보다 낮은 BIS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면 은행의 경영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지만 지나치게 높은 BIS자기자본비율의 유지는 필요이상의 자기자본이 묶여 기업이나 서민에 대한 여신제공에 제한이 생겨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은행의 공공재 성격의 목적도 훼손될 수가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쥐어짜기”식 강제적인 정책 보다는 중소기업과 서민에 대한 지원확대를 위한 감독과 지도가 필요“

 

국내 주요 은행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많은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은행 쥐어짜기’식으로 민간은행에 충담금 설정 등을 강제한다면 시장의 자율기능은 상실되어 역효과가 발생할 수가 있다.

 

따라서 금융정책당국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은행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은행에게 특별대손준비금을 쌓으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은행이 내부등급법(IRB)에 의한 네 가지 위험요소들을 적절하게 추정하고 있는 지 여부 등에 대한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익스포져별 상관계수(R)을 국내 금융환경과 경제변화에 적합하게 자체 개발 및 유지‧보수해 (가칭)한국채택 BIS자기자본비율을 은행이 산출해 추가적으로 공시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3>.

 

또한, 적정한 BIS비율 이내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서민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하도록 감독하고 지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시급한 과제하고 판단된다.

 

<1>은행업 감독규정에서는 여신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각 여신자산별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 최저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를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이라 칭한다.

<2> 은행이 자체적으로 추정한 PD, LGD 등을 토대로 산출한 위험가중자산을 내부등급법(IRB: Internal Rating Based Approach)이라고  하고 익스포져(exposure)란 위험가중자산의 산출대상이 되는 금융기관 재무상태표(B/S)상의 자산금액 또는 부외항목의 자산거래금액을 의미한다. 한편, BIS비율=(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 ×100으로 계산되고 금융기관은 이 비율이 8% 이상 유지되어야 한다.

<3> 익스포져(대기업, 중소기업, 영세기업)별 상관계수(R): 동일한 부도확률(PD)을 갖는 100억원의 익스포져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1개 기업이 100억원의 여신을 갖고 있고 다른 하나는 1억원의 여신을 갖는 100개의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을 때, 100개 기업이 동시에 부도가 발생할 확률은 1개 기업이 부도가 발생할 확률 보다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게 된다. 따라서 BIS에서는 익스포져별로 그러한 동시부도 상관계수를 달리하여 위험가중치를 산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PD=3%, LGD=45%, M=2.4로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익스포져별 위험가중치는 대기업128.4%, 중소기업 97.6%, 기타소매(영세기업) 62.8%로서 커다란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러한 상관계수(R)BIS에서 개발하여 제시한 값으로서 국내 금융환경에 적합한 상관계수(R)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