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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주민 없는 재생에너지 전환은 실패한다

평택시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진보당 상임대표 김재연

e데일리뉴스 |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후 위기 시대에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그러나 과정이 민주적이지 못하면 재생에너지는 환경 정의가 아닌, 또 다른 갈등과 불평등의 씨앗이 됩니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가 추진 중인 평택호 수상태양광사업이 주민의 극심한 반발에 직면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역주민의 명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업 공모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채 ‘속도전’에만 매몰되어 있습니다.

 

실패로 증명된 ‘주민 배제형’ 개발 방식

 

주민 동의를 무시한 재생에너지 사업이 갈등과 좌초로 이어진 사례는 이미 차고 넘칩니다. 전남 강진 사내호 수상태양광 사업은 1,60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였으나, 주민 의견수렴 부족으로 인한 행정 소송과 갈등 끝에 수년째 표류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수상 태양광 역시 초기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거센 반발을 샀으나, 이후 숙의 과정을 거치며 의견차를 좁혔던 사례는 재생에너지의 성패가 기술이 아닌 ‘소통’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해외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 링컨셔나 덴마크의 농촌지역에서도 주민 동의 없는 태양광 사업은 경관 파괴와 개발 이익의 외부 유출 문제로 인해 사업 취소나 축소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국내외 사례들은 공통된 교훈을 줍니다. 주민을 배제한 재생에너지는 환경정책이 아니라 ‘지역 갈등 생산 정책’으로 전락할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갈등의 본질은 ‘환경’이 아닌 ‘민주주의’

 

정부와 공공기관은 주민의 반대를 흔히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하곤 합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민 수용성을 결정하는 핵심은 사업의 투명성과 이익 공유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의사결정 참여 수준’에 있습니다. 자신의 삶터가 바뀌는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것을 그냥 지켜볼 주민이 얼마나 있을까요. 평택호는 단순한 저수지가 아닙니다. 어민과 농민의 생계가 달린 터전이며 지역의 역사적 자산입니다. 그럼에도 개발과 운영 그리고 분배의 모든 과정에서 주민이 철저히 소외된 불공정한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공모를 강행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희생을 강요하는 폭거와 다름없습니다.

 

‘백지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재설계가 해답

 

지금 필요한 것은 사업의 강행이 아니라 전면적인 백지화와 재설계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신뢰 위에서만 가능합니다. 주민이 직접 투자하고 수익을 공유하며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는 ‘주민 참여형 모델’로 전환해야 하며 형식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평택호 문제의 진정한 해법은 ‘주민 없는 태양광’을 포기하는 데 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공공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독단적인 행정을 지속한다면 평택호는 회복하기 어려운 갈등의 현장이 될 것이며, 이는 국가적 에너지 전환 정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것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즉각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주민과 함께하는 민주적인 에너지 전환의 길을 처음부터 다시 모색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는 오직 민주주의라는 토양 위에서만 꽃필 수 있기 때문입니다.